패션 모델과 용산 참사

절벽 위에 선 패션 모델와 대한민국의 공권력

제가 사는 텍사스에는 요즘 독감이 유행입니다. 특히나 아이들이 많이 걸리는데 일단 걸리면 중이염이나 비후염으로 진행이 많이됩니다. 저희집 애들도 지난 주 동안 골골했죠. 애들 간호하느라 주말에 집에서 넋 놓고 앉아 있다 발에 왠 패션 잡지가 걸리길래무심코 집어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습니다. 한창 쭉빵한 모델들의 기기묘묘한(?) 사진들을 보는데 그 잡지의 한 사진이 제 눈길을끌어 당깁니다.

런웨이에서 발목을 접질러 넘어진 모델을 주변에서 도와 일으켜 세우는 장면이죠.

사실 예전에는 모델이 그냥 놀고 먹는 직업인 줄 알았습니다. 패션쇼에 나가 좋은 옷 갈아 입고 몇 걸음 걸어주면 돈 많이버는… (-.-;;) 나중에 알고 보니 자기 관리도 정말 철저해야 하고 직업 정신이 투철하지 못하면 결코 버텨낼 수 없는 험한직업 중에 하나인줄을 알게되었지만.

처음에 보여 드린 사진은 'WWD Collections'이란 패션 잡지의 2009년 봄호(위 사진)에 실린 Defining Moments: The Wobblies 라는 기사에 삽입된 것 입니다.

간단히 말씀을 드리자면돌체, 푸치, 프라다, 구치같은 잘 나가는 디자이너들이 점차로 하이힐의 높이를 높이고 또 루비똥이나헤르메스 같은 경우 런웨이에 모래까지 뿌리면서 모델들이 무대위에서 제대로 서 있기가 힘들다는 얘기죠. 한 예로 AngelaLindvall이나 Katie Fogarty같은 톱모델들도 높은 하이힐을 신고 걷다가 무대에서 넘어지는 굴욕을 겪었죠.

Pucci쇼에서 넘어지는 Angela Lindvall과 그녀가 신고 있던 하이힐. Crete 편집 사진 출처☜

 

Prada 쇼에서 넘어지는 Katie Fogarty. 양쪽 발목이 접질러지는 부분을 주목해 보시길. Crete 편집 사진 출처

 

제가 처음 소개한 기사에 나온 사진이 바로 Katie Fogarty가 넘어진 장면을 뒤에서 찍은 사진이죠. 보시면아시겠지만 양쪽 발목이 교대로 완전히 접질러 집니다. 발목을 접질러 본 분들은 아실 겁니다. 저게 얼마나 아픈지. 게다가 거의20cm 에 육박하는 저런 하이힐을 신고 넘어졌으면…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노릇이죠.

상황이 이러니 이 기사에 따르면 모델들은 런웨이로 나가기 전에 기도를 하고 넘어지지 않으려고 집중을 한다는 말까지하더군요. 그런데 모델들은 이걸 디자이너 탓을 하기 보다는 자신들에게 주어진 받아 들일 수 밖에 없는 직업상의조건(occupational hazard)으로 생각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개발했다고 합니다.

즉 Lily Donaldson같은 모델은 저런 패션쇼에 가면 하이힐을 신기 전에 구두 바닥에 헤어스프레이를 푸린답니다.발바닥과 구두 밑창에 마찰력을 증가시켜서 쉽게 벗겨지지 않게 하는 거죠. 또 Kate Somers같은 경우 아예 양면 테이프를준비해서 확실(!)하게 발바닥과 구두가 밀착하게 한다고 하네요.

Lily Donaldson과 Kate Somers, Crete 편집, 출처 (좌측: Lily Donaldson) ☜ (우측: Kate Somers) ☜

물론 이렇게 한다고 절대로 나자빠지지 말라는 법은 없어도 최소한 이런 노력을 하지 않을 때 보다는 안전하지 않을까 싶네요.그래도 여러분도 한번 이런 모델들의 노고(?)를 생각해 보시길. 이 모델들이 패션쇼에 신고 나오는 하이힐은 최고 구두 밑바닥과바닥의 각도가 78도 정도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군요.

예전에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사원을 기행한 한 블로거가 올린 글(출처)이 생각이 납니다. 앙코르와트 사원을 올라가는데 하도 가파라서 올라가고 내려오는데 아주 힘들었다고 하네요. 이때 각도가 75도 정도 .. 일단 사진을 보시고 생각을 더 해 보시죠.

앙코르와트 사원 사진 출처☜

여기서 각도 75도의 사원을 내려 오는데 벽을 등지고 내려오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모두 몸을 벽쪽으로 향해 엉금엉금 내려오겠죠. 제가 소개해 드린 모델들이 신고 있는 하이힐이 대충 앙코르와트 사원의 저 경사 계단을 등지고 서서 내려오는 각도라고보시면 될 겁니다. 언듯 생각하면 절벽위에 서서 맨발로 절벽을 등지고 내려오는 모습이라고 보셔도 과히 무리는 아닐 듯 하네요.

적어도 자기 일에 프로라면 주어진 환경에 불평하기 보다는 자신에게 가용한 모든 수단을 이용해서 최선의 결과를 얻기위해노력합니다. 소위 먹물깨나 먹었다고 하는 사람들은 몸으로 먹고 사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우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죠.하지만 이미 소개해 드렸듯이 쭉빵한 모델들도 자신에게 주어진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합니다.

그리고 그런 최선의 모습으로 관객들 앞에서 자신을 죽이고 자신이 소개해야 할 장신구나 의복이 돗보이도록 하기 위해 오늘도 머리를 짜내며 노력을 하고 있죠.

오늘 글은 서론이 많이 좀 이상하죠? (^_^)

검찰의 용산 참사 수사 결과를 봤습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들을 옅볼 수도 있었고, 실정법의 한계와 예전 정부들과 달리 검찰이나 안기부, 국세청을 통해 권력을무한 사용하고 싶어하는 청와대 틈에서 운신의 폭이 얼마 되지 않겠다 싶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드리고 싶네요.

세상에 쉬운 일이란 없습니다. 원래 남의 떡이 커 보이는 법이고 남이 하는 직업이 쉬워보이죠. 남들이 보기에는 타고난 몸뚱이 하나로 날마다 좋은 옷 갈아 입으면 폼만 재고 사는 것 같은 패션 모델들도 자신의 어려운환경(?) 속에서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합니다. 날로 먹는 직업이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죠.

이번 용산 참사 수사가 어려우셨습니까? 청와대 눈치 보랴 경찰들 다치지 않게 챙기랴 많이 바쁘셨을 겁니다. 이렇게이야기하면 너무 빈정대는 것 같네요. 검찰 나리들도 쉽지 않으셨겠죠. 주변에 보는 눈들도 많았을테데… 그래도 당신들에게 가해지는압력이라는 것들이 예전 서슬퍼렇던 5공화국 시절과 감히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전두환 군사독재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시절에도 상부의 압력을 뿌리치고 한 젊은 학생이 물고문으로 사망한 사실을 자신의 목을 걸고밝혀내 검사도 있었습니다. 그때도 전반적인 분위기는 경찰의 '탁'하고 책상을 치니 '억'하고 쓰러졌다는 사실을 믿으라는분위기였습니다. 당시 사실을 밝혀낸 안상수 검사가 그냥 그렇게 상부의눈치나 보고 쉽게 쉽게 날로 먹으려 했다면 결코 밝혀질 수없는 일이었죠. 그때도 치안본부 대공수사팀에서는 사망한 박종철 군의 시신을 바로 화장하자는 요구를 해 오던 때 입니다. 이걸거부한 건 당시 수사 지휘를 하던 최환 서울지검 공안부장이었죠. 비록 지금 한나라당에 몸 담고 있지만 그때 안상수 검사나 최환공안 부장의 저런 결정들이 그냥저냥 할 만한 일이었다고 봅니까?

작년 10월 29일에 대검찰청 창립 60주년을 맞아 감사와 검찰직원 3700 여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습니다. '사회적으로 파급효과가 가장 컸던 사건'을 20가지 꼽아 본 것인데 '박종철 고문 치사 및 축소 은폐 사건'이 전체 응답자의 67%인 2500표를 받았습니다. 겨우 몇 달전의 일이죠. (출처) 이번에 용산 참사 수사를 맡은 일군의 검사들은 전체 검찰의 명예도 더럽혔다고 봐야죠. 외부의 압력 운운할 때가 아닙니다.

1월 14일 mbc 클로징 멘트가 가슴에 더 와 닿는 날입니다.

앵커: 22년 전 오늘 87년 6.10항쟁의 도화선이었던 박종철 군이 물고문을 받다 숨졌습니다.

그가 죽음으로 지킨 대학 선배 박종운 씨와 또 진실을 캐낸 안상수 검사는 정치에 입문했고 고문 정황을 처음으로 폭로한 오연상 씨는 의사가 됐습니다.

앵커: 그를 역사에 되살려낸 데는 바른 길과 진실을 추구한 신문과 재야가 있었습니다.

살아 있다면 40대 중반, 그가 지금 우리 사회와 언론을 어떻게 평가할지 오늘 문득 정말로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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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런웨이에서 절벽에 서 있듯이 하이힐을 신고 걸음을 내 딛는 패션 모델들도 자신의 환경을 극복하고 경계를 깨기 위해노력합니다. 현재 검찰의 모습 역시 절벽 앞에 맨발로 서 있는 듯이 보입니다. 다만 패션 모델들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악조건을타개하며 새로운 경지를 향한 노력을 하고 있다면, 오늘 우리나라의 검찰은 주어진 환경에 안주하며 조금씩 밑바닥이 무너지고 있는절벽에서 절박한 심정이 없이 자신들 앞에 놓인 파멸의 길을 숙명으로 받아 들이려는 듯 합니다.

당신들이 절벽 밑으로 내 모는 것은 당신 검찰 자신들의 명예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공권력의 권위까지 포함 됩니다.

당신들의 선배들도 결코 쉽지 않은 결정들을 해 왔고 그런 주변의 한계를 깨는 어려운 노력들이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위한 작은초석들이 되어 왔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용산 참사 수사에 발을 담근 검사들의 이름은 우리나라 역사에 오래오래 기억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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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by 지수

by Crete | 2009/02/12 09:24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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