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옥과 오바마, 노조가 뭐 어때서?

오바마 정부의 친노조 행정명령 소개

금요일(2/13/09) 전여옥 의원이 국회에서 재미난 발언을 몇 가지 했습니다. 이걸 프레시안이 자극적인 소제목으로 뽑아 올렸죠. 이름하여…

"역시 전여옥" (출처)

지금 경찰에 대한 신뢰 하락이 지난 10년 정권이 화염병을 묵인했기 때문이라는 거죠. 아마 본인도 자기 발언이 사실이 아니란 걸 잘 알겁니다. 자신을 지지해 주는 생각없이 사는 보수적인 분들에 대한 립서비스라고 봅니다.

그런데 이 립서비스 발언 말고도 한가지 더 인상적인 발언을 합니다.

"노동조합은 무법지대에 사는 양 정치적 구호를 외치고 파업을 밥먹듯 한다."

정부 여당의 그래도 핵심적인 정치인이라고 볼 수 있는 전여옥의원이 가지고 있는 노동조합에 대한 이미지를 그대로 반영한 듯 합니다. 물론 이 발언도 립서비스일테지만, 이 기사를 보는 제 시선을 쏙~~ 잡아 끌더군요.

왜냐고요?

사실 몇 일전에 새로 출범한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노동조합과 관련된 무척이나 큼지막한 정책결정이 있었기 때문이죠. 물론 이 결정은 미국이나 한국에서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이 결정이 가지는 함의는 무척이나 크답니다. 자~~ 다 함께 살펴보도록 하죠.

지난 주 금요일(02/06/09)에 오바마 행정부는 부시 행정부에 의해서 폐지되었던 '연방 건설 프로젝트에 관한 노동합의' (Project Labor Agreements for Federal Construction Projects:백악관 브리핑 자료)를 부활 시킨 거죠. 이게 뭐냐하면 미국 연방정부가 발주하는 건설 사업에 노동조합에 가입된 노동자를 사용하는 걸 권장하는 행정명령입니다.


원래 클린턴 시절에 있던 행정 명령인데 이걸 아들 부시가 집권하면서 행정명령 13202라는 걸로 무효화 시켰던 걸 오바마가 다시 부활시킨 거죠. 이 행정명령이 나오고 나서 전미 건설업자 연합 (Associated Builders and Contractors)은 불난 호떡집이 되어서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비난에 열을 올렸지만(출처) 결국 아무런 관심도 끌지 못했죠.

오바마 행정부가 취임 후 보여 준 일련의 친노조, 친노동자 행보는 대선 캠페인 동안 오바마에 올인한 미국 노동조합의 노력도 물론 일조를 할테지만, 궁극적으로 제가 보는 관점은 경제난국이란 어려운 환경에서 자본가, 노동자를 가리지 않고 협조와 타협을 이끌어내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조처를 취한 것이라고 봅니다.

즉 이명박 후보의 대선 레이스동안 한국노총 역시 자신들의 계급적 이해를 떠나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결국 지난 2008년 총선 후보 선발에서 '팽' 당하고 실제로 현재는 이명박 정부의 친재벌, 친자본 정책에 이를 갈고 있는 것과는 아주 대조적인 정책 방향입니다.

아일랜드가 눈부신 경제 성장을 보이던 1995-2000년을 설명하는 많은 국내 학자들은 사회적 연대 (social solidarity) 를 언급합니다. 국내에는 이게 노동자들의 일방적인 양보로 이루어진 걸로 착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 이 사회적 연대의 개념은 노동자들에게 물가 인상률에 연동된 임금을 보장해 주는 대신 파업을 자제해 달라는 사회적 합의였던 것이죠.

다시 말해서 경제가 어려우니 노동자들은 바닥에 납짝하게 엎드려 있으라는 것이 아니라, 허리띠를 졸라 매더라도 재벌과 서민들이 함께 허리띠를 졸라 매는 것이고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최소한의 사회적 안정망을 제공하는 형식이었던 겁니다.

이번 오바마의 친노조 행정 명령 역시 마찬가지 의도로 보이고요.

현재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경기 부양 노력에 많은 미국인들이 우려와 기대를 함께 보이고 있습니다. 인류가 처음으로 겪는 대불황이니 어떤 정책이 더 효과가 있을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한창이죠. 하지만 한가지 제가 확실히 알 수 있는 건, 금융 회사들이나 자동차, 철강 회사들에 거액의 구제금융을 퍼 주는 것과 병행해서 노동자들에게 뭔가 설득력을 가질 만한 조처를 취해 주는 것이 맞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노조를 밀어주는(?) 행정 명령은 시기에서나 내용면에서 적절했다고 봐야죠.

현재 우리나라도 경제가 어려운 건 미국 못지 않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성남 비행장의 예나 각종 부동산 정책을 보더라도 안보, 사회, 문화. 그 모든 걸 희생하더라도 재벌들과 부동산 갑부들만 일으켜 세우면 경제가 되살아 날 거라고 믿는 듯 합니다. 하지만 정부 여당의 주요 멤버들이 노동조합을 "무법지대에 사는 양 정치적 구호를 외치고 파업을 밥먹듯이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이상 온 국민의 힘을 한데 모아 경제 난국을 극복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을 거라는 걸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단 정부 여당 관계자들에게 하는 이야기는 이 정도에서 그치기로 하고 이제 소위 귀족 노조와 KBS 노조 관계자들에게 한마디 하죠.

제가 즐겨 글을 읽는 서프라이즈의 논객중에 ASH님이라는 분이 계십니다. 현역 의사이시죠. 이 분께서 소위 국내에서 노조가 쎈 걸로 유명한 한 회사에 보건센터장을 맡으셨죠. 거기서 느낀 노조간부들과 노조원들의 행패(?)를 담담한 필체로 담은 글이 있습니다. 한번씩들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ASH님 '이 중요한 시기에…' ☜)

읽어 보시면 친노동자던 친재벌이던 상관없이 열불이 나실 겁니다. 제가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지지하고 노조활동을 지지하는 것은 그들이 아무래도 사측에 비해 여러모로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정당한 몫의 사회적 인정과 존중을 원하기 때문이지, 기존의 노사관계를 역으로 뒤집어 엎어 노조가 오히려 예전 사측처럼 행패나 부리고 무리한 권력을 휘두르라고 지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KBS노조도, 이명박 정부가 무리한 수로 사장을 몰아 낼 때는 나 몰라라 하다가, 자기들 간부가 파면과 해임처분을 당하니 발끈해서 제작거부에 돌입하는 것을 보고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저것도 새로운 권력이고 부패한 권력이라는… 그렇게 자기들 밥줄에는 예민하게 단합하면서 막상 새 사장이 부임하고 KBS 뉴스 내용이 가당치도 않게 5공으로 회귀하는데는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걸 보면..

이런 식의 부패하고 정의롭지 못한 노조는 오히려 사회적 약자들의 권익 옹호와 이번 오바마 정부의 친노조 정책처럼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데 오히려 방해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현재 국민 통합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질주하는 행정부나, 노동조합을 무슨 황야의 무법자처럼 인식하는 여당 정치인이나, 일단 획득한 기득권을 쥐고 흔들며 올챙이적 시절을 까맞게 잊고 새로운 권력자가 된 일부 귀족 노조나 모두 다 같이 우리 미래를 어둡게하는 악역들입니다.

새로운 오바마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한동안 노동자들의 삶이 꽤나 팍팍하게 생겼습니다. 평소 자신의 기조가 보수적이였느냐 진보적이였느냐를 떠나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들이 정말 국민통합과 국가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잘 따져보시고 앞으로 다가올 각종 재보선이나 2010년 지방선거, 2012년 총선에서는 좀 사회를 안정되고 합리적(!)으로 이끄는 아마추어같지 않은 새로운 정치집단을 선택할 현명한 판단을 하실 준비를 지금부터 착착하시기를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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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ete | 2009/02/16 10:54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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